1997년 발생해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이태원 살인사건'.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아더 존 패터슨(Arthur John Patterson)은 검찰의 실수로 출국금지가 연장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미국으로 도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5년 9월, 끈질긴 범죄인 인도 청구 끝에 패터슨은 마침내 한국으로 송환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입국 순간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패터슨의 뻔뻔한 부인 내용과, 그에 맞서 마침내 유죄를 끌어낸 법원의 판단 경과를 상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패터슨의 끝없는 범행 부인: "진범은 에드워드 리다"
한국으로 압송된 직후부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패터슨의 주장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나는 살인범이 아니며, 진범은 현장에 함께 있던 에드워드 리(Edward Lee)"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법정에서 펼친 주요 방어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나는 단순한 목격자일 뿐이다" 자신은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었는데, 갑자기 에드워드 리가 피해자 故 조중필 씨를 흉기로 찔렀고 자신은 너무 놀라 서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다량의 혈흔에 대한 억지 변명 사건 직후 패터슨의 온몸과 옷에는 피가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피해자가 흉기에 찔린 뒤 내 쪽으로 쓰러지면서 피가 묻은 것"이라며, 자신이 가해자라서 피가 묻은 것이 아니라고 강변했습니다.
- 에드워드 리의 마약 복용 의혹 제기 에드워드 리가 환각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며, 자신은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2. 법원의 유죄 판단: 첨단 과학수사로 거짓을 부수다
패터슨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첨단 과학수사 기법과 진술의 모순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그가 진범임을 명확히 밝혀냈습니다.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3가지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결정적 증거, '혈흔 형태 분석 (Bloodstain Pattern Analysis)' 재판부는 혈흔 형태 분석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 패터슨: 옷 전체와 양손, 심지어 머리칼에까지 뿜어져 나온 핏자국(동맥혈)이 다량 묻어 있었습니다. 이는 가해자의 위치에 있지 않고서는 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형태였습니다.
- 에드워드 리: 반면 에드워드 리의 옷에는 소량의 핏자국만 흩뿌려져 있었고, 이는 범행 당시 목격자 위치에 있었음을 방증하는 증거로 채택되었습니다.
② 진술의 신빙성과 치명적 모순점 법원은 현장에 있던 두 사람의 진술을 면밀히 비교했습니다. 에드워드 리의 진술은 1997년 당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현장 상황에 부합했습니다. 반면, 패터슨의 진술은 객관적인 혈흔 증거나 부검 결과와 명백히 모순되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자신에게 기대면서 피가 묻었다"는 패터슨의 주장은 법의학적 관점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③ 범행 도구의 소유와 증거 인멸 정황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패터슨의 소유였습니다. 또한 사건 직후 흉기를 하수구에 버리고 피 묻은 옷을 태우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행동 역시 살인범의 전형적인 행동으로 판단했습니다. 덧붙여 재판부는 "에드워드 리가 범행을 부추기고 패터슨이 실행에 옮긴 공범 관계"라고 규정했습니다. (단, 에드워드 리는 과거 대법원에서 이미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으므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다시 처벌할 수는 없었습니다.)
3. 재판 진행 경과 및 최종 판결: 20년 만의 단죄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은 패터슨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유가족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달랬습니다.
- 1심 판결 (2016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패터슨이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음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범행 당시 18세 미만의 소년범이었던 패터슨에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었습니다.
- 2심 판결 (2016년 9월): 패터슨은 "형이 너무 무겁고 사실 오인이 있다"며 항소했지만, 서울고법은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0년을 유지했습니다.
- 대법원 확정 판결 (2017년 1월):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 마침내 징역 20년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저지른 끔찍한 범행으로 평범한 대학생이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사건이다. 유가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시 재판부 양형 이유 중)
이태원 살인사건은 사건 발생 20년 만에, 그리고 핵심 용의자가 도주한 지 18년 만에 비로소 진범을 찾아내 단죄한 사건으로 한국 사법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패터슨의 뻔뻔한 거짓말과 도피에도 불구하고, 발전된 과학수사와 집요한 진실 규명 의지가 결국 정의를 실현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